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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멈춘 형장(刑場)의 시계…남은 55명 사형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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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 집행 1997년 ‘여의도광장 질주사건’ 김용제 포함 23명

사형 판결 후 미집행된 사형수는 55명

사형수가 최고수(最高囚)란 말도 옛말…대부분 노쇠하고 무기력해

엠네스티 “지난해 전세계 사형 선고 전년보다 40% 증가”




“인간 대접을 해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짧게나마 인간답게 살고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을 받은 김용제는 이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는 승용차를 몰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은 사형수였습니다. 1997년 12월 30일. 김씨를 포함해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사형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복역 중인 사형수도 아직 있지만, 그날 이후 대한민국에선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형수였던 김씨가 저지른 질주사건은 국민들을 많은 충격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그는 1991년 10월 서울 여의도공원(당시 여의도 광장)에 승용차를 몰고 들어와 시속 120km의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치어 죽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던 시민 중 2명이 현장에서 즉사했고 21명이 차에 치이거나 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범인 김씨는 당시 스무살의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가진 시각장애와 불우한 가정 환경, 집단 따돌림, 사회적 차별에 따른 부적응을 겪어 오다가 결국 복수를 결심하고 훔친 차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검거된 김씨는 “죽고 싶었다. 사람들이 싫었다”고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김씨에게 내려진 사형 집행은 1995년 11월 지존파 사건 범인 6명 등을 포함해 19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2년 1개월여 만이었습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3번째이자 1976년 27명을 사형 집행한 이래 21년 만의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7년,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사형수는 2014 GOP 총기 난사 사건 임모 병장




현재 우리나라 사형수는 얼마나 있을까요. 법무부 공개 자료를 보면 2021년 11월 기준으로 55명의 사형수가 ‘미집행’ 상태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습니다. 사형 집행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지만, 사형 선고는 그 후에도 꾸준히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는 2014년 22사단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켜 2015년 수감된 임모 병장입니다.

임모 병장은 당시 육군 22사단 GOP에서 전역을 3개월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왔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해 그는 전방 초소근무 중 수류탄 1발과 K-2 소총을 난사했습니다. 총기 난사로 5명이 죽고 7명이 다쳤습니다. 그는 총기 난사 후 탈영을 했는데요. 군은 탈영 이틀 만인 2014년 6월 23일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임 병장을 생포했습니다. B급 관심병사였던 임 병장은 상하계급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기수열외를 받았고 합니다. 기수열외란 특정 병사를 부대원들 사이에서 후임자들이 선임 대우도, 선임자들이 후임 대우도 안해주는 것으로, 상급자의 주도하에 하급자까지 동참해 집단 왕따를 시키고 무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구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한 장모씨(2015년 확정)도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강화도 해병대 부대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2013년 확정), 전남 보성 어부 살인사건 범인 오모씨(2010년 확정), 전남 영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이모씨(2010년 확정)도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입니다.




2022년 5월 현재 미집행 사형 확정자 중 최장기간 동안 복역 중인 사형수는 원언식입니다. 그는 1992년 10월 4일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15명이 사망했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자수해지만 1993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29년째 복역 중입니다.

◇사형수는 구치소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실제 사형수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전국의 사형수 중 32명을 만나본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형수들이 최고수(最高囚)라고 구치소에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무기수에게 기선을 제압당하기도 한다”며 “사형수들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한데, 내가 만난 사형수들이 대개 50∙60대였고 27년 복역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 “(사형수들은) 실제로는 너무 오래 수감 생활을 해서 나이도 들고 몸도 지쳐있다”며 “매일 똑같은 단순한 삶 속에서 애써 의미를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사형수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노역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08년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사형수도 희망자에 한해 작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작업 시간은 5~6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독거 사형수는 하루 1시간, 혼거 사형수는 하루 30분 운동하는 것이 야외 활동의 전부라고 합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사형 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 보고서를 보면 사형수들의 일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요.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사형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는 “사형 확정자들은 교정 기관 밖의 평범한 생활에서 점점 잊혀 가는 것, 처우의 불확실성, 반복되는 수용생활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답함과 무기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두려움을 느낀다”며 “많은 사형 확정자들은 여유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를 하거나 경전을 읽고 필사를 하는 등 종교적인 행위로 빈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사형수는 죽음이 두려워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2015년 서울구치소에선 친척 5명을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모씨가 목을 맨 상태로 발견돼 이틀 만에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2004~2006년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와 초등학생 등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남규는 사형 선고 2년 7개월만인 2009년 11월에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형집행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는 당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 여론이 대세를 이루자 그에 따른 불안감으로 정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죽다 살아나기도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감형돼 ‘삶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죄질과 수감 태도 등을 종합해 감형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형법 제73조에 따르면 유기징역형을 받으면 형기의 3분의2, 무기징역은 1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의 ‘1980년 이후 사형수 확정 등 자료’를 보면 사형수들 가운데 감형을 받은 사례가 33건이 있습니다. 이들 33명은 죽다 살아난 셈이네요. 가장 마지막 사형수 감형은 2008년 6명이 있었습니다.




◇2021년 사형 전년 대비 40% 증가




다른 나라들은 사정이 어떨까요? 국제엠네스티는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18개 국가에서 최소 579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최근 밝혔는데요. 엠네스티는 사형 집행이 늘어난 이유를 활발하게 사형을 집행하던 국가들이 예전 관행으로 돌아간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엠네스티는 코로나19로 업무에 제한을 받던 각국 법원이 정상화되면서 사형집행·선고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엠네스티의 이번 자료를 보면 2021년 18개 국가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2020년보다 20% 증가한 최소 579건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사형선고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총 56개 국가의 판사들이 전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최소 2052건의 사형을 선고했다고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전했습니다.




지난해 사형 집행이 가장 많이 집행된 나라는 이란입니다. 이란은 지난해 최소 314명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2020년(최소 246명)보다 68명이 늘었습니다. 엠네스티는 이란에서 마약과 관련한 범죄자들에 대한 사형집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방글라데시(최소 113명에서 최소 181명으로 증가), 인도(최소 77명에서 최소 144명으로 증가), 파키스탄(최소 49명에서 최소 129명으로 증가) 등 다수 국가에서 사형선고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중국과 북한, 베트남의 사형집행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들 나라의 사형 집행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구촌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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