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됐는데 “돈 없어 세금 못내”...고액체납자 집 털어보니

국세청, 고액 체납자 557명 추적조사
방문 열어보니 에르메스·샤넬 수백점

국세청이 고액체납자 자택에서 압류한 명품 물품들.

유통업자 A씨는 운영하던 업체의 수입금을 누락해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최근 운좋게 로또 1등에 당첨돼 수십억원이 생겼지만 체납 세금은 뒷전이다. 당첨금을 가족 계좌로 빼돌리고 현금과 수표로 인출하며 불어난 재산을 숨기려다 들통이 났다.

회사 대표 B씨는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 국세청이 4차례 잠복과 탐문으로 실거주지가 수도권 소재 부촌에 위치한 211.5㎡ 규모 아파트이고 고가의 외제차를 굴리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주거지를 급습한 결과 B씨의 집에서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렌드 가방과 구두, 귀금속 등이 수백점이 쏟아져 나왔다. 국세청은 압수 물품에 대한 공매 등을 통해 총 5억원을 징수했다.

22일 국세청은 복권당첨자, 지역주택조합 분양권 취득자 등 변칙적 재산은닉자 261명과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 296명 등 총 557명에 대한 재산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늘고 있는 변칙적 재산은닉자들은 합유등기·허위근저당 설정을 이용하여 강제징수를 회피한 135명,고액 복권에 당첨된 후 재산을 은닉한 36명, 세금납부를 회피하며 지역주택조합 분양권을 소유한 상습체납자 90명 등이다.

김동일 징세법무국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거주지와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동거가족의 소비지출 내역, 소득·재산변동 상황을 정밀 분석하여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이같은 재산추적조사로 총 2조 6529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한바 있다.

변칙적 재산은닉 사례중 최근에는 2인 이상이 공동 소유해 압류가 어려운 합유 등기나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세금 강제징수를 회피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 C씨는 주택을 처분한뒤 양도소득세를 고의로 체납하고 있다. 처분 수익으로 자녀와 함께 합유 형태로 공장 건물을 사들였다. 합유자 지분에 대한 직접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공장 건물에 대해 지분반환 청구권 압류와 추심금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한편 고액 체납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징수금이 5000만원에서 5억원일 경우 20%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30억원이 넘는 체납 세금 징수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면 최소 4억 2500만원에 30억원 초과 금액의 5%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