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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서 아기 낳고 30분간 휴대폰…"숨 멎을 때까지 기다려"[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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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자."

"나도 확인 못하겠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2022년 11월24일. 갓 출산한 아들을 화장실 변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부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조지환)는 영아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 A씨(이하 당시 나이 43세)와 친모 B씨(27)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에게는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복지시설 운영 및 취업 금지도 명령했다.

A씨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편이 낙태 요구"…거절 못한 이유는

A씨 부부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사이로, 2018년 교제를 시작해 동거해왔다. A씨는 재혼, B씨는 초혼이었으며, 부부에게는 A씨의 전처소생인 아들이 있었다.

B씨는 4년간 A씨와 동거하면서 최소 세 차례 임신했으며, 두 번 임신 중절 시술을 받았다. 모두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2019년 4월 낳은 아이는 보육원에 보냈다.

B씨는 또다시 임신했다. 그러나 임신 8개월 차인 2021년 12월 말까지 이 사실을 숨겼다. 남편이 알면 또 임신 중절을 종용할 게 뻔해서였다. B씨 우려는 적중했다. 뒤늦게 아내의 임신을 알게 된 A씨는 부친의 병환 등을 이유로 들며 임신 중절을 요구했다. B씨는 결국 남편의 뜻을 따랐다. 남편 도움 없이 아이를 낳거나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부부는 이후 임신중절 시술을 받을 산부인과를 알아봤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임신 후기라 중절 수술을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B씨는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불법 낙태약을 복용, 1월8일 오후 6시45분쯤 임신 8개월 차에 조산했다.

변기서 낳은 아들, 숨 안 쉬자 119 신고

분만은 안방 화장실 변기에서 이뤄졌다. 분만을 마친 B씨는 남편에게 "아이를 낳았으니 화장실로 오라"고 했다. A씨가 "움직일 수 있냐, 확인할 수 있냐"고 묻자, B씨는 "아파서 못 움직이겠으니 (직접) 확인해봐라.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나도 확인을 못 하겠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전처 아들) 데려다주고 오겠다"며 집 밖으로 나갔다. B씨는 변기에 앉은 채 남편을 기다리며 휴대전화로 '탯줄 처리' 등을 검색했다.

B씨는 뒤늦게 119에 신고해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밝혔다. 이어 119 종합상황실 지시에 따라 출산 30분 만인 오후 7시15분에야 변기 물에 잠긴 아들을 꺼냈다. 아이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쯤 숨졌다.

재판부 "친모,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집유 선고

경찰은 부부가 낙태약을 구매한 정황과 의사 소견 등을 종합해 고의로 아들을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B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을 때까지 변기에서 꺼내지 않고 기다렸다"며 뒤늦게 사실을 털어놨다.

재판에 넘겨진 A씨 부부는 2022년 6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영아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분만 직후 약 30분간 아무 조치 없이 변기 안에 방치해 살해해 죄질이 나쁘다"며 "갓 태어난 아기의 생사는 보호자의 양육 의지나 환경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에 대해서는 △시신을 유기하지 않은 점 △늦게나마 신고한 점, B씨에 대해선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점 △불우한 성장 과정이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성년이 된 후에도 자기표현이나 주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아이를 출산하고 싶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남편이 반대하자 순응하는 쪽을 택해 사건에 이른 점 △분만 직후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던 점 등을 각각 참작했다.

항소심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는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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