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세계의 공장에서 1억명의 소비자가 있는 ’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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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가 4일, 19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베트남, 공장이 아닌 시장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베트남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그 경험을 담은 <두 얼굴의 베트남>을 펴낸 바 있는 이미지 기자는 이번 강연에서 “베트남을 우리나라의 1980년대와 비슷한 나라, 가난한 나라, 하청업체들이 많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중위 연령 32세의 젊은 나라로 2022년 8%, 2023년 5% 등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중산층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10%에 불과했던 중산층 비중이 2030년에는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때이다. 다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거쳐가는 공장이 아닌 1억명의 고객이 있는 베트남 시장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 사람과 베트남 사회, 최신 유행 트렌드까지 관광지가 아닌 시장으로서 베트남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가난한 베트남이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이냐 = 사업적 측면에서 베트남을 바라볼 때 필수적인 것은 베트남 사람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그 정의를 두고 사람들은 서로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처럼 베트남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것은 행정 절차나 법의 적용이 수시로 바뀌는 베트남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베트남에서는 1+1=2라는 공식이 무의미하다.
사람들에게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라고 물으면 아직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말한다. 이 말이 맞는지 살펴보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80년대나 90년대와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사업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것도 살펴보겠다.
우선, 알고 있다시피 베트남은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공장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을 했다. 그런데 이 공장의 시대가 얼마나 갈까? 베트남은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베트남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이라는 정부기관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올해 7월에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다르게 지역별로 차등 임금을 적용한다. 그 지역은 4개로 구분된다. 1급지는 하노이, 호치미같은 대도시 또는 공단 지역이고, 2급지는 나트랑, 다낭 등 외국인들의 관광이 성행하는 곳이며, 그 외에 도시가 3급지고 4급지는 시군 지방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최저 임금 인상률을 보면 2013년에 17.4%, 2016년에 12.5% 등 두 자릿수였다가 2017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인상률이 줄었다. 코로나 당시에 잠깐 동결했다가 2022년 6%, 2024년 7월에 6% 인상을 했다. 이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섬유 등 제조 산업 분야의 협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다간 인도네시아와 같은 경쟁 국가에 일감을 뺏긴다는 것이다. 혹자는 경쟁 국가로 라오스나 캄보디아를 거론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 다시 문제의 본질로 돌아와서 우리는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베트남을 이제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또는 소비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우선 베트남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 최소 11달러를 소비할 수 있는 베트남 중산층 비중이 2000년만 해도 10%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40%까지 올랐으며 2030년이면 75%까지 늘어날 거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소득이 늘어나거나 또 외국계 기업들 많이 들어오면서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베트남은 2030년에는 하루 30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최상층 비중도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동산 컨설팅 그룹 나이트프랭크는 ”오는 2028년까지 베트남에서 자산 3천만 달러(4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의 숫자가 한국이나 홍콩, 싱가포르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또다른 기회다. 베트남의 도시화율과 도시 인구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도시화율이 2022년에 40%를 넘었으며 2030년에는 50%, 2040년에 이르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언제 도시화율 40%를 달성했냐면 1990년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1990년대 발전 속도와 비슷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시 인구 비율도 2023년 37%에서 2030년에는 44%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비율로 보면 그 느낌이 잘 와닿지 않는데 숫자로 보면 10년간 도시 인구가 천만 명 증가했다.
또 한가지 기회는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만난 베트남 지인들의 소비가 매우 다양해졌다. 원래 베트남 사람들은 파티를 즐긴다. 과거에는 친구들과 조그만 의자에 앉아서 300원~500원짜리 캔맥주 먹는 게 보편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수제 맥주 가게가 유행하고 있고 또 칵테일을 마시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고급 문화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베트남의 연평균 명품 수입 증가율을 보면 자동차 26%, 보석 및 시계 8%, 와인 6% 등이었다. 보통 먹고 살 만해지면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가 늘고 명품 같은 것도 찾고 브랜드도 따지는데 베트남도 똑같다.
베트남의 이같은 명품 수입 증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소득 증가율이 28%였다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관광 산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베트남은 코로나 기간에 좀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뚜렷한 소비 심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올해 4월 상품 소매 및 서비스 누적 매출은 2006조동(787억9106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베트남의 외국인 관광객 수와 지출 모두 증가세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베트남 방문 외국인 수가 620만 명인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9%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어떻게 베트남을 공략할 것인가?…베트남을 이해하는 첫 키워드 ‘공안’ = 그러면 어떻게 베트남을 공략해야 할까? 무엇보다 베트남 사회와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4가지 키워드를 정리해 봤다.
첫 번째는 ‘공안’이다. 공안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로 해석되는데 우리나라 경찰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즉결 심판도 할 수 있고, 군의 역할까지 흡수하고 있다. 베트남은 무소불위의 공안의 나라다. 이 공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업하러 갔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베트남의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1년 베트남 지역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50.1%가 비공식 비용을 지출했다고 했다. 이 비공식 비용은 뇌물을 줬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에서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국회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부정부패로 인한 국가 예산 손실이 31조 8천억동(약 1조 8천억원)이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06년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2016년에는 ‘불타는 화로’라고 불리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반부패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패, 권한 남용, 횡령’ 등 3개 경제 범죄로 최근 10년간 적발된 건수는 1만6699건이었으며, 기소된 자는 3만3천명이었다.
그런데 이 반부패 운동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정적 축출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게 그것이다. 2023년 초에 발생한 사건은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친한파로 유명했던 응우옌 수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부하 공무원들의 부패 연루라는 이유로 갑자기 사임을 했다. 국가주석은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권력 서열 2위다. 응우옌 수언 푹 주석은 차기 당서기장 후보로까지 꼽히던 사람이었다.
푹 주석은 우리나라 기업들하고 사이가 좋았다. 베트남 경제를 일으킨 인물로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베트남 사람들을 자동차 타고 다니게 해줬다라고 할 정도로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2026년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푹 주석의 사임을 두고 권력 투쟁에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대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때 정치 권력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문화를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는 힘 ‘반미’ =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번째 키워드는 ‘반미’다. 이 반미는 미국에 반대하는 반미가 아니라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말한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즉 반미는 다른 문화를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는 힘을 상징한다. 베트남 빵은 정말 맛있다.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에 전수받은 제빵 기술을 쌀이 넘쳐나는 베트남에서 쌀가루로 바게트를 만든 것이 반미빵이다. 밀가루로 만든 바게트보다 훨씬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하다. 베트남의 상황에 맞춰서 빵을 굽고 베트남식 재료를 속에 넣은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베트남은 창조를 매우 잘한다. 창조에 앞서 모방도 아주 잘한다. 우리나라 초코파이의 짝퉁 브랜드로 초쿠파이, 추코파이가 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유명해 제사상에도 올라간다.
또 다이소 같은 것을 따라한 ‘무궁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브랜드구나 하고 들어가서 보면 K-팝도 나오고 베트남 직원이 한국말로 인사한다. 이 또한 짝퉁 브랜드다. 베트남에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브랜드를 모방한 의심 사례가 1730건에 이른다는 조사 자료가 나와 있다.
베트남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등록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 상품이 지재권 등록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라자다 등 베트남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위조 상품 판매 개시 중단 요청을 받아들였다. 베트남은 외국에서 직접 투자한 금액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지역이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는 정책적으로 위조 상품 판매 개시 중단 요청을 매우 세게 밀고 있다.
또 오프라인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한국사람이 베트남에서 갑자기 베트남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이름으로 사업할 경우 세금을 매우 많이 떼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 이름을 빌려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절세 목적의 불법 명의대여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을 통째로 뺏기는 경우도 많이 봤다.
세 번째 키워드는 ‘콤 사이 콤 베(Không Say Không Về)’인데 술에 취하지 않으면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로 ‘먹고 죽자’는 얘기다. 이를 두고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1990년대와 같은 분위기라고 하지만 다른 부분이 많다. 베트남에는 또다른 공산주의 체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이 단어를 선택했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부패가 용인되는 분위기이지만 평등을 중요시한다. 어떤 평등이냐면 예를 들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줄 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고루 줘야하는 식이다.
베트남의 정과 의리도 우리와는 좀 다르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 더 월급을 챙겨주는 사장에게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리를 그만큼 따지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배신처럼 느껴진다.
베트남은 또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미신이나 관습,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 이를테면 1월 1일 새해 아침에 우리나라 가계 같으면 대청소를 하고 시작하는데 베트남은 그렇지 않는다. 새해 첫날부터 복을 다 쓸어버려서 망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호치민에 타워를 하나 지었는데 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 외형이 향로에 향을 꽂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그 타워에 안 들어갔다.
네 번째 키워드는 ‘안, 찌, 옹, 바, 엠(Anh, Chị, Ông, Bà, Em)’이다. 안, 찌, 옹, 바, 엠은 지칭어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는 안, 여자는 찌, 나이가 어리면 남녀 모두 엠이라고 부른다. 옹은 할아버지, 바는 할머니다. 베트남은 런 지칭어가 매우 발달한 국가이다. 지칭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사람을 나누는 데 능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인간 관계를 이렇게 따지는 것이 작용한 듯하다. 유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는 권력 관계에 따른 인간 관계도 잘 따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트남은 약속을 잘 어기고 말도 잘 바꾼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신호등이 있어도 지키지 않고 대충 눈치로 슬슬 간다. 언젠가 베트남 지인에게 베트남 사람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말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이다. 상황에 맞게 행동을 바꿔서 말을 바꾼거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은 베트남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생각이다. 베트남에서 사업하면서 직원들에게 ‘뗏(설)’ 명절 때 보너스를 챙겨주지 않으면 명절 끝나고 나서 한명도 출근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트남은 추석이 없다. 우리 명절처럼 쉬는 것은 뗏 명절 한번 뿐이다. 이때 보너스 같은 것을 야박하게 굴었다가는 직원들이 안 나오는 경우 많다.
◆베트남에서 한국 브랜드 경쟁력 있을까? = 우선 베트남에서 롯데리아는 패스트푸드점 1위로 아주 잘 되는데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그렇지 못하다. 스타벅스의 점유율도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 브랜드나 한국 브랜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기업에서 베트남 소비자의 특성을 잘 파악한 것이 유효했다고 본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특성은 △소비의 양극화 △희소성에 열광 △높은 민감도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소비의 양극화이다. 베트남 아침의 길거리 풍경을 보면 노점상들이 길가 오토바이 위에 통 하나 올려놓고 죽이나 반미를 파는데 사람들은 2만동 정도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호치민의 81층짜리 랜드마크에서 450만동(22만원)짜리 쌀국수를 내놨는데 없어서 못 팔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렇게 2만동짜리 식사를 하는 것을 창피해 하지 않고 또 고층 빌딩에 가서 비싼 것을 먹는다. 이는 두 번째 특성인 희소성에 열광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내가 벤틀리 자동차를 한국에서 본 것보다 베트남에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래서 호치민과 서울의 벤틀리 매장수를 찾아보니 호치민이 훨씬 많았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돈 많은 사람이 비싼 거 먹고, 돈 없는 사람은 싼 거 먹는 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개인의 소비 양극화라는 것이다. 싼 것과 비싼 것이 혼재돼 있는 소비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희소성에 열광한다고 했는데 중국과 비슷한 SNS 소비 성향을 보이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요즘에는 조금 줄었는데 한동안 베트남에서는 외제차를 앞에 세워놓고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옆에 전자담배를 두고 애완견을 앉히고 아이폰을 두는 것이 유행했다. 이런 것이 한 번 유행하면 모든 젊은 층이 따라한다. 이런 것이 유행해서 많은 브랜드들이 행사를 하면 꼭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다.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SNS에서 그냥 홍보를 하는 것이지만 베트남의 경우에는 SNS에서 구매가 이뤄진다. 심지어 페이스북을 통해 집도 팔기도 한다.
세 번째 특성인 높은 민감도는 브랜드 충성도는 낮고. 마케팅 민감도는 높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무슨 얘기냐 하면 하나의 브랜드를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갑자기 다른 브랜드로 옮겨간다. 그만큼 마케팅 민감도가 매우 높으며 인기 아이템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구매 기준으로 브랜드와 가격에다 얼마나 프로모션을 해주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베트남 사람들은 비싼 것을 좋은 가격으로 그것도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해 샀다는 기분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
◆베트남의 소비 중심지는 ‘스마트폰’ = 베트남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를 보면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있지만 해외 브랜드도 매우 많고 베트남 브랜드도 섞여 있다. 베트남에는 이런 규모의 쇼핑몰이 각 아파트 단지마다 있다. 우리처럼 백화점에 가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앞에 있는 쇼핑몰에서 한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출도 이어진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될까? 베트남 사람들은 어디에서 소비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중심지 또는 소비 일상지는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 쇼핑몰이 아니라 바로 스마트폰이다. 가장 기회가 있는 곳은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다.
베트남은 인터넷 사용 인구가 74%나 되는 나라다. 그 중에서도 91%가 모바일 장치로 물건을 구매한다. 베트남은 정말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베트남 산업통상부가 내놓은 ‘베트남 전자상거래 소비자 통계’ 자료를 보면 1인당 전자상거래 이용 금액이 2018년만 해도 202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300~320달러로 늘었다. 또 B2C 전자상거래 성장률로 2023년 기준 25%로 매우 가파르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1~3위는 쇼피, 라자다, 틱톡숍 등 온라인 쇼핑몰이다. 베트남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는 의류·신발·화장품이 가장 많으며 이어 가전 제품, 전자 제품 순이다. 가전 제품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라자다나 쇼피에서 스마트폰을 사고 오토바이로 배송을 받는다. 2~3시간 안에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 베트남은 2022년~ 2023년에 동남아에서 디지털 거래액과 성장률이 가장 빠른 국가였다. 거래액은 38% 늘었으며 성장률은 19%로서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하나 베트남에서 눈여결 봐야할 것은 전자결제 서비스가 매우 발달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화폐 가치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화폐 단위 뒤에 0이 엄청 많다. 이를테면 50만동이라고 해봤자 우리돈으로 2만5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현금없는 사회 달성을 위한 시행령’을 내놓았다. 실제로 현금 결제 비중이 줄고 전자 결제 비중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노점상에서도 QR 결제를 하는 곳이 크게 증가해 현재 QR 코드 결제 업체수는 약 14,500개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베트남을 공략하려면 온라인 입점을 고려하고, 전자결제 등 결제 옵션을 다양화해야 하며, 그리고 소셜미디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반드시 해야 한다.
◆베트남 오토바이 퇴출 정책 실현 가능할까? =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나라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는 최근 오토바이 탈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최근 지상철이 생기고 규제 정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오토바이 얘기를 꺼낸 것은 오토바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정부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베트남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베트남 언론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베트남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다. 베트남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언론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트남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베트남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을 홍보하는 수단이고, 또 여론을 어떤 방향으로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목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베트남의 오토바이 퇴출 정책을 보고 해야할 일은 오토바이 수입 사업을 하는 대신에 전기 오토바이 공장을 만들거나 아니면 전기차 공장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는? = 마지막으로 베트남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겠다. 먼저 푸드 배달 1위 메뉴가 밀크티다. 밀크티의 한 잔 가격이 2만동~3만동(1천원~2천원)인데 이것을 배달시켜 먹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천 원짜리 음료수 등 매우 싼 것도 배달시켜 먹는데 익숙하다.
또 요즘 베트남의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에서 ‘인생 네컷’이 매우 많이 늘었다. 우리나라와 거의 동시간대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넷플릭스를 켜면 1위부터 10위까지 거의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예능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로 인해 짝퉁 K-푸드 분식집, 고기집이 많이 생기고 K 스타일을 표방한 베트남 디자이너도 인기다.
그 다음에 의외로 웰빙 트렌드다. 원래 베트남이 비건을 잘하는데 고급 비건이나 레스토랑이 잘되고 있다. 최근 고급 리조트에 갔는데 한국 사람 말고 베트남 사람들도 많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예전처럼 모텔 수준의 호텔에는 안 가고 고급 리조트에 많이 간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아서인지 캠핑장도 유행하고 있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베트남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그 경험을 담은 <두 얼굴의 베트남>을 펴낸 바 있는 이미지 기자는 이번 강연에서 “베트남을 우리나라의 1980년대와 비슷한 나라, 가난한 나라, 하청업체들이 많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중위 연령 32세의 젊은 나라로 2022년 8%, 2023년 5% 등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중산층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10%에 불과했던 중산층 비중이 2030년에는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때이다. 다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거쳐가는 공장이 아닌 1억명의 고객이 있는 베트남 시장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 사람과 베트남 사회, 최신 유행 트렌드까지 관광지가 아닌 시장으로서 베트남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가난한 베트남이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이냐 = 사업적 측면에서 베트남을 바라볼 때 필수적인 것은 베트남 사람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그 정의를 두고 사람들은 서로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처럼 베트남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것은 행정 절차나 법의 적용이 수시로 바뀌는 베트남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베트남에서는 1+1=2라는 공식이 무의미하다.
사람들에게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라고 물으면 아직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말한다. 이 말이 맞는지 살펴보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80년대나 90년대와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사업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것도 살펴보겠다.
우선, 알고 있다시피 베트남은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공장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을 했다. 그런데 이 공장의 시대가 얼마나 갈까? 베트남은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베트남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원이라는 정부기관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올해 7월에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다르게 지역별로 차등 임금을 적용한다. 그 지역은 4개로 구분된다. 1급지는 하노이, 호치미같은 대도시 또는 공단 지역이고, 2급지는 나트랑, 다낭 등 외국인들의 관광이 성행하는 곳이며, 그 외에 도시가 3급지고 4급지는 시군 지방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최저 임금 인상률을 보면 2013년에 17.4%, 2016년에 12.5% 등 두 자릿수였다가 2017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인상률이 줄었다. 코로나 당시에 잠깐 동결했다가 2022년 6%, 2024년 7월에 6% 인상을 했다. 이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섬유 등 제조 산업 분야의 협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다간 인도네시아와 같은 경쟁 국가에 일감을 뺏긴다는 것이다. 혹자는 경쟁 국가로 라오스나 캄보디아를 거론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 다시 문제의 본질로 돌아와서 우리는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베트남을 이제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또는 소비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베트남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우선 베트남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 최소 11달러를 소비할 수 있는 베트남 중산층 비중이 2000년만 해도 10%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40%까지 올랐으며 2030년이면 75%까지 늘어날 거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소득이 늘어나거나 또 외국계 기업들 많이 들어오면서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베트남은 2030년에는 하루 30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최상층 비중도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부동산 컨설팅 그룹 나이트프랭크는 ”오는 2028년까지 베트남에서 자산 3천만 달러(4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의 숫자가 한국이나 홍콩, 싱가포르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또다른 기회다. 베트남의 도시화율과 도시 인구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도시화율이 2022년에 40%를 넘었으며 2030년에는 50%, 2040년에 이르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언제 도시화율 40%를 달성했냐면 1990년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1990년대 발전 속도와 비슷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시 인구 비율도 2023년 37%에서 2030년에는 44%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비율로 보면 그 느낌이 잘 와닿지 않는데 숫자로 보면 10년간 도시 인구가 천만 명 증가했다.
또 한가지 기회는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만난 베트남 지인들의 소비가 매우 다양해졌다. 원래 베트남 사람들은 파티를 즐긴다. 과거에는 친구들과 조그만 의자에 앉아서 300원~500원짜리 캔맥주 먹는 게 보편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수제 맥주 가게가 유행하고 있고 또 칵테일을 마시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고급 문화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베트남의 연평균 명품 수입 증가율을 보면 자동차 26%, 보석 및 시계 8%, 와인 6% 등이었다. 보통 먹고 살 만해지면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가 늘고 명품 같은 것도 찾고 브랜드도 따지는데 베트남도 똑같다.
베트남의 이같은 명품 수입 증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소득 증가율이 28%였다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관광 산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베트남은 코로나 기간에 좀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뚜렷한 소비 심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올해 4월 상품 소매 및 서비스 누적 매출은 2006조동(787억9106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베트남의 외국인 관광객 수와 지출 모두 증가세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베트남 방문 외국인 수가 620만 명인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9%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어떻게 베트남을 공략할 것인가?…베트남을 이해하는 첫 키워드 ‘공안’ = 그러면 어떻게 베트남을 공략해야 할까? 무엇보다 베트남 사회와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4가지 키워드를 정리해 봤다.
첫 번째는 ‘공안’이다. 공안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로 해석되는데 우리나라 경찰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즉결 심판도 할 수 있고, 군의 역할까지 흡수하고 있다. 베트남은 무소불위의 공안의 나라다. 이 공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업하러 갔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베트남의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1년 베트남 지역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50.1%가 비공식 비용을 지출했다고 했다. 이 비공식 비용은 뇌물을 줬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에서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국회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부정부패로 인한 국가 예산 손실이 31조 8천억동(약 1조 8천억원)이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06년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2016년에는 ‘불타는 화로’라고 불리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반부패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패, 권한 남용, 횡령’ 등 3개 경제 범죄로 최근 10년간 적발된 건수는 1만6699건이었으며, 기소된 자는 3만3천명이었다.
그런데 이 반부패 운동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정적 축출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게 그것이다. 2023년 초에 발생한 사건은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친한파로 유명했던 응우옌 수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부하 공무원들의 부패 연루라는 이유로 갑자기 사임을 했다. 국가주석은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권력 서열 2위다. 응우옌 수언 푹 주석은 차기 당서기장 후보로까지 꼽히던 사람이었다.
푹 주석은 우리나라 기업들하고 사이가 좋았다. 베트남 경제를 일으킨 인물로 오토바이 타고 다니던 베트남 사람들을 자동차 타고 다니게 해줬다라고 할 정도로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2026년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푹 주석의 사임을 두고 권력 투쟁에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대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때 정치 권력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문화를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는 힘 ‘반미’ =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번째 키워드는 ‘반미’다. 이 반미는 미국에 반대하는 반미가 아니라 베트남식 샌드위치를 말한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즉 반미는 다른 문화를 자기 것으로 ‘재창조’하는 힘을 상징한다. 베트남 빵은 정말 맛있다.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에 전수받은 제빵 기술을 쌀이 넘쳐나는 베트남에서 쌀가루로 바게트를 만든 것이 반미빵이다. 밀가루로 만든 바게트보다 훨씬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하다. 베트남의 상황에 맞춰서 빵을 굽고 베트남식 재료를 속에 넣은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베트남은 창조를 매우 잘한다. 창조에 앞서 모방도 아주 잘한다. 우리나라 초코파이의 짝퉁 브랜드로 초쿠파이, 추코파이가 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유명해 제사상에도 올라간다.
또 다이소 같은 것을 따라한 ‘무궁생활’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브랜드구나 하고 들어가서 보면 K-팝도 나오고 베트남 직원이 한국말로 인사한다. 이 또한 짝퉁 브랜드다. 베트남에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브랜드를 모방한 의심 사례가 1730건에 이른다는 조사 자료가 나와 있다.
베트남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등록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모방 상품이 지재권 등록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라자다 등 베트남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위조 상품 판매 개시 중단 요청을 받아들였다. 베트남은 외국에서 직접 투자한 금액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지역이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는 정책적으로 위조 상품 판매 개시 중단 요청을 매우 세게 밀고 있다.
또 오프라인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한국사람이 베트남에서 갑자기 베트남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이름으로 사업할 경우 세금을 매우 많이 떼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 이름을 빌려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절세 목적의 불법 명의대여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을 통째로 뺏기는 경우도 많이 봤다.
세 번째 키워드는 ‘콤 사이 콤 베(Không Say Không Về)’인데 술에 취하지 않으면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로 ‘먹고 죽자’는 얘기다. 이를 두고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1990년대와 같은 분위기라고 하지만 다른 부분이 많다. 베트남에는 또다른 공산주의 체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이 단어를 선택했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부패가 용인되는 분위기이지만 평등을 중요시한다. 어떤 평등이냐면 예를 들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줄 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고루 줘야하는 식이다.
베트남의 정과 의리도 우리와는 좀 다르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 더 월급을 챙겨주는 사장에게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리를 그만큼 따지는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배신처럼 느껴진다.
베트남은 또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미신이나 관습,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 이를테면 1월 1일 새해 아침에 우리나라 가계 같으면 대청소를 하고 시작하는데 베트남은 그렇지 않는다. 새해 첫날부터 복을 다 쓸어버려서 망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호치민에 타워를 하나 지었는데 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 외형이 향로에 향을 꽂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그 타워에 안 들어갔다.
네 번째 키워드는 ‘안, 찌, 옹, 바, 엠(Anh, Chị, Ông, Bà, Em)’이다. 안, 찌, 옹, 바, 엠은 지칭어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는 안, 여자는 찌, 나이가 어리면 남녀 모두 엠이라고 부른다. 옹은 할아버지, 바는 할머니다. 베트남은 런 지칭어가 매우 발달한 국가이다. 지칭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사람을 나누는 데 능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인간 관계를 이렇게 따지는 것이 작용한 듯하다. 유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는 권력 관계에 따른 인간 관계도 잘 따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트남은 약속을 잘 어기고 말도 잘 바꾼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신호등이 있어도 지키지 않고 대충 눈치로 슬슬 간다. 언젠가 베트남 지인에게 베트남 사람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말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이다. 상황에 맞게 행동을 바꿔서 말을 바꾼거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였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은 베트남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생각이다. 베트남에서 사업하면서 직원들에게 ‘뗏(설)’ 명절 때 보너스를 챙겨주지 않으면 명절 끝나고 나서 한명도 출근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베트남은 추석이 없다. 우리 명절처럼 쉬는 것은 뗏 명절 한번 뿐이다. 이때 보너스 같은 것을 야박하게 굴었다가는 직원들이 안 나오는 경우 많다.
◆베트남에서 한국 브랜드 경쟁력 있을까? = 우선 베트남에서 롯데리아는 패스트푸드점 1위로 아주 잘 되는데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그렇지 못하다. 스타벅스의 점유율도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 브랜드나 한국 브랜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기업에서 베트남 소비자의 특성을 잘 파악한 것이 유효했다고 본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특성은 △소비의 양극화 △희소성에 열광 △높은 민감도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소비의 양극화이다. 베트남 아침의 길거리 풍경을 보면 노점상들이 길가 오토바이 위에 통 하나 올려놓고 죽이나 반미를 파는데 사람들은 2만동 정도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호치민의 81층짜리 랜드마크에서 450만동(22만원)짜리 쌀국수를 내놨는데 없어서 못 팔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렇게 2만동짜리 식사를 하는 것을 창피해 하지 않고 또 고층 빌딩에 가서 비싼 것을 먹는다. 이는 두 번째 특성인 희소성에 열광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내가 벤틀리 자동차를 한국에서 본 것보다 베트남에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래서 호치민과 서울의 벤틀리 매장수를 찾아보니 호치민이 훨씬 많았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돈 많은 사람이 비싼 거 먹고, 돈 없는 사람은 싼 거 먹는 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개인의 소비 양극화라는 것이다. 싼 것과 비싼 것이 혼재돼 있는 소비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희소성에 열광한다고 했는데 중국과 비슷한 SNS 소비 성향을 보이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요즘에는 조금 줄었는데 한동안 베트남에서는 외제차를 앞에 세워놓고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 옆에 전자담배를 두고 애완견을 앉히고 아이폰을 두는 것이 유행했다. 이런 것이 한 번 유행하면 모든 젊은 층이 따라한다. 이런 것이 유행해서 많은 브랜드들이 행사를 하면 꼭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다.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SNS에서 그냥 홍보를 하는 것이지만 베트남의 경우에는 SNS에서 구매가 이뤄진다. 심지어 페이스북을 통해 집도 팔기도 한다.
세 번째 특성인 높은 민감도는 브랜드 충성도는 낮고. 마케팅 민감도는 높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무슨 얘기냐 하면 하나의 브랜드를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갑자기 다른 브랜드로 옮겨간다. 그만큼 마케팅 민감도가 매우 높으며 인기 아이템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구매 기준으로 브랜드와 가격에다 얼마나 프로모션을 해주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베트남 사람들은 비싼 것을 좋은 가격으로 그것도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해 샀다는 기분을 느끼는 걸 좋아한다.
◆베트남의 소비 중심지는 ‘스마트폰’ = 베트남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를 보면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있지만 해외 브랜드도 매우 많고 베트남 브랜드도 섞여 있다. 베트남에는 이런 규모의 쇼핑몰이 각 아파트 단지마다 있다. 우리처럼 백화점에 가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 앞에 있는 쇼핑몰에서 한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출도 이어진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될까? 베트남 사람들은 어디에서 소비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중심지 또는 소비 일상지는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 쇼핑몰이 아니라 바로 스마트폰이다. 가장 기회가 있는 곳은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다.
베트남은 인터넷 사용 인구가 74%나 되는 나라다. 그 중에서도 91%가 모바일 장치로 물건을 구매한다. 베트남은 정말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베트남 산업통상부가 내놓은 ‘베트남 전자상거래 소비자 통계’ 자료를 보면 1인당 전자상거래 이용 금액이 2018년만 해도 202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300~320달러로 늘었다. 또 B2C 전자상거래 성장률로 2023년 기준 25%로 매우 가파르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1~3위는 쇼피, 라자다, 틱톡숍 등 온라인 쇼핑몰이다. 베트남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는 의류·신발·화장품이 가장 많으며 이어 가전 제품, 전자 제품 순이다. 가전 제품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라자다나 쇼피에서 스마트폰을 사고 오토바이로 배송을 받는다. 2~3시간 안에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 베트남은 2022년~ 2023년에 동남아에서 디지털 거래액과 성장률이 가장 빠른 국가였다. 거래액은 38% 늘었으며 성장률은 19%로서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하나 베트남에서 눈여결 봐야할 것은 전자결제 서비스가 매우 발달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화폐 가치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화폐 단위 뒤에 0이 엄청 많다. 이를테면 50만동이라고 해봤자 우리돈으로 2만5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현금없는 사회 달성을 위한 시행령’을 내놓았다. 실제로 현금 결제 비중이 줄고 전자 결제 비중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노점상에서도 QR 결제를 하는 곳이 크게 증가해 현재 QR 코드 결제 업체수는 약 14,500개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베트남을 공략하려면 온라인 입점을 고려하고, 전자결제 등 결제 옵션을 다양화해야 하며, 그리고 소셜미디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반드시 해야 한다.
◆베트남 오토바이 퇴출 정책 실현 가능할까? =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나라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는 최근 오토바이 탈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최근 지상철이 생기고 규제 정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오토바이 얘기를 꺼낸 것은 오토바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정부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베트남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베트남 언론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베트남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다. 베트남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언론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트남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베트남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을 홍보하는 수단이고, 또 여론을 어떤 방향으로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목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베트남의 오토바이 퇴출 정책을 보고 해야할 일은 오토바이 수입 사업을 하는 대신에 전기 오토바이 공장을 만들거나 아니면 전기차 공장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는? = 마지막으로 베트남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겠다. 먼저 푸드 배달 1위 메뉴가 밀크티다. 밀크티의 한 잔 가격이 2만동~3만동(1천원~2천원)인데 이것을 배달시켜 먹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천 원짜리 음료수 등 매우 싼 것도 배달시켜 먹는데 익숙하다.
또 요즘 베트남의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에서 ‘인생 네컷’이 매우 많이 늘었다. 우리나라와 거의 동시간대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베트남에서 넷플릭스를 켜면 1위부터 10위까지 거의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예능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로 인해 짝퉁 K-푸드 분식집, 고기집이 많이 생기고 K 스타일을 표방한 베트남 디자이너도 인기다.
그 다음에 의외로 웰빙 트렌드다. 원래 베트남이 비건을 잘하는데 고급 비건이나 레스토랑이 잘되고 있다. 최근 고급 리조트에 갔는데 한국 사람 말고 베트남 사람들도 많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예전처럼 모텔 수준의 호텔에는 안 가고 고급 리조트에 많이 간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아서인지 캠핑장도 유행하고 있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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